D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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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이야기

1950년대 60년대 어떻게 쇠를 만들었나?

동국제강그룹 역사에 등장하는 고로, 큐폴라로, 평로, 전기로 등은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거나, 녹이기 위한 산업용 설비입니다. 지금은 고로와 전기로 두가지 방식이 보편화되어 자리잡았지만, 1950년대 60년대 남한에는 사실상 가동되는 고로가 없었습니다. 남한의 유일한 고로 제선 설비로 삼화제철소(국영)가 남아 있었지만 짓다 만 제철소였습니다. 용량이 30톤 이었고, 최대 생산능력인 4만8,000톤(연)이었다고 하며, 1954년 시험 생산을 시도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1959년까지 총 생산량은 5만톤 정도 밖에 안됐다고 합니다. 

 

고로제철소가 없었던 당시는 큐폴라(Cupola)로, 평로 등과 같은 소용량의 공업로가 보편적이었습니다. 선철이나 고철 등을 녹여 쇳물로 만들기 위해 원통형 로에 선철, 고철, 코크스, 석회석 등을 넣고 하부에서 열풍으로 가열하는 방식입니다. 소형 용광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형이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에 60년대 각 공장마다 현장에 맞게 독자적으로 고안해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기술자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 조업해야 했고, 간헐적으로 출탕(쇳물을 배출)하는 등 오늘날의 제조기술과는 차이가 큰 방식입니다. 평로 역시 소용량의 철원(선철, 고철 등)을 다시 녹여 강철을 만드는 제강로로서 50년대 60년대 주로 사용됐다 합니다.

민간 최초의 제강 산업의 시작은?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철강 기업이라는 곳은 선철이나 강괴 등을 반제품으로 국영기업이나 해외에서 조달해 철강을 재가공하는 기업들이었습니다. 동국제강은 이 가운데서도 큐폴라로 등을 갖추고 제강을 시작한 최초의 민간 철강사였습니다. 동국제강은 1960년 당산동 공장에 큐폴라로를 설치해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철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963년부터는 부산 용호동 소금뻘을 간척해 대단위 일관 제강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쇳물(제강)에서부터 압연(철강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민간 철강 기업이 됩니다. 자체적으로 소용량 고로를 설계(1964년)해 철광석에서 쇳물을 직접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66년 전기로 제강 공법을 최초로 도입하며 한국 철강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전기로

동국제강은 한국 최초로 전기로 방식의 제강을 도입합니다. 1966년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설치해 운영했던 전기로가 아크 전기열로 고철을 녹이는 방식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전기로입니다. 1회 녹일 수 있는 용량이 15톤 정도여서 15톤 전기로라고 합니다. 현재는 100톤, 120톤, 140톤, 300톤 등 그 용량이 커졌지만, 아크 전기열을 사용하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국내 최초의 전기로로서 15톤 전기로의 산업사적 의미는 매우 큽니다. 동국제강의 주문으로 일본 우라야마제조라는 기업에서 1963년 제작됐으며, 1966년 10월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가동을 시작합니다. 1980년까지 15년간 약 140만톤의 철강을 생산했습니다.

동국제강의 15톤 전기로 이후 쇳물을 만드는 방식 중 고철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전기로 제강이 보편화됩니다. 동국제강이 처음 도입하며 시작한 전기로 제강 산업은 1970년대 포항종합제철의 고로 제철 산업과 함께 한국 철강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직류 전기로

테슬라(Tesla)와 에디슨(Edison)이 교류(AC)냐, 직류(DC)냐를 놓고 벌인 전류 전쟁(‘War of current’) 이야기를 아시나요? 철강에도 있었습니다. 90년 초 전기로 제강업계 사이에서도 직류냐 교류냐를 놓고 고민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철을 녹이기 위해 전기열을 사용하는 전기로도 직류나 교류 중에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교류 전기로는 3상 전원을 쓰고, 전극봉이 3개입니다. 직류 전기로는 한방향이어서 전극봉을 1개만 써도 됩니다. 직류를 사용한 전기로는 1980년대말부터 상업적으로 개발되어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형 전기로로서 보편화된 공법이었으나, 보수적이었던 한국 철강업계는 도입을 주저했습니다. 

동국제강이 선각자의 본능을 발동시켰습니다. 1990년대 초 동국제강은 원가 절감과 전기로 사업의 확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인천공장을 대대적으로 합리화하기로 합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투자였고, 이 임무는 장세주 전무(현 동국제강그룹 회장)에게 맡겨집니다. 인천제강소장으로서 장세주 전무는 직류전기로에서 원가 절감과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 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동국제강은 1993년 4월 인천제강소에서 100톤 직류 전기로 가동에 성공했고 한국 철강산업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동국제강의 성공을 지켜본 철강업계는 너도나도 직류 전기로를 도입하게 됩니다. 

장세주 인천제강소장(현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준공식에서 “제강의 생명인 쇳물의 용해도를 개선시킨 것을 비롯해서 전력 소비의 10% 감소와 아크에 의한 소음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고 직류전기로를 설명하며,  “국내 처음으로 직류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21세기를 준비하는 동국제강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감격해 했습니다. 

 

 

 

트윈베셀(Twin Vessel) 전기로

동국제강은 1999년까지 주력 사업장을 부산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며 포항 공장에 새로운 제강공장을 건설했고, 전기로 제강 산업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하나의 전원 설비로 쌍둥이 전기로 두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전기로를 도입한 것이 그것입니다. 일명 ‘트윈베셀(Twin Vessel)’ 전기로입니다. 동국제강은 일본 신일본제철에 제작을 의뢰했고, 1회 140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의 전기로 제강 공장이지만 1.5개 공장을 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트윈베셀 타입은 두 개의 대용량의 전기로를 교차로 가동하기 때문에 전력 제어가 매우 중요합니다. 동국제강은 1993년 국내 최초로 직류 전기로를 인천제강소에서 성공시켰지만, 포항 제강공장에는 교류 방식의 전기로를 채택합니다. 기획실장으로서 장세주 전무(현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였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초대용량 전력용 반도체 개발 등의 기술 발전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동국제강은 트윈베셀 전기로에서부터 연주, H형강 공장에 이르기까지 신규 공장의 제어를 교류 방식으로 일원화시키고, 철강 공장의 자동화기술의 진일보를 이끌어냈습니다.

“환경변화에 따라 서슴없이 개혁해야 한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법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저성장시대에서는 경쟁하는 유형이 틀리다. 환경이 바뀌면 변신해야 한다” 

교류 트윈베셀 전기로로의 전환을 최종 승인했던 장상태 회장의 이 말씀은 지금도 동국제강그룹의 혁신 정신으로 생생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에코아크 전기로

친환경이 대세인 시대, 동국제강그룹을 이끌던 장세주 회장은 이번에는 친환경 '에코아크 전기로' 도입으로 다시한번 업계를 놀라게 합니다. 동국제강이 2010년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도입해 성공시킨 혁신 전기로입니다. 기존 전기로 보다 30%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전기로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전기로입니다. 기존 전기로 조업 방식과 에코아크 방식의 차이는 샤프트를 통해 원료(철스크랩)을 연속으로 공급한다는 점과 철스크랩을 예열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기로 폐열을 재활용해 고철을 예열시킬 수 있고, 밀폐 작업을 통해 배기가스를 고온 처리 후 급냉 배출함으로써 환경오염물질 관리에 유리한 특징이 있습니다. 실제 전력 원단위는 제강 톤당 150~200kwh로 기존 방식 200~250kwh보다 크게 낮습니다. 

동국제강의 에코아크 전기로는 탄소 중립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동국제강은 에코아크 전기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2023년부터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로서 '하이퍼 전기로' 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됩니다.